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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금요일 밤엔 칭따오 논알콜 맥주를 퇴근 후 홍제천을 뛰었다. 한 시간여 달리고 나니 맥주가 당겼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술을 마시고 싶진 않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싶지만,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알코올은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딱 맥주 마시는 기분만 내고 싶은데! 이럴 때 찾을 수 있는 건 논알콜 맥주다. 대학생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와 토익학원을 가면서 논알콜 맥주를 사 먹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마신 논알콜 맥주는 정말 맛이 없었다. 맥주 맛을 흉내 낸 음료수 같은 느낌? 밍밍하고 이상했다. 앞으로는 차라리 그냥 맥주를 마시든, 아니면 아예 마시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그날 이후로 논알콜 맥주를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내고 싶은 날이었다. 힘껏 달리고 나서 시원하게 ..
210903 문디목딱? 에어프라이어에 고구마를 넣으면 (햇 밤고구마 먹는법) 트위터에서 인기를 끌었던 문디목딱나무 고구마 조리법으로 햇 밤고구마를 구웠다. 문디목딱이라는 이름이 왠지 사투리 같은데, 뜻을 유추하자면 못생긴 몽땅한 나무토막 정도 이지 않을까. 구워진 고구마가 정말 나무토막처럼 보이니 말이다. 레시피에 쓰여 있는 대로 잘 씻은 고구마를 잘라서 180도에서 20분 돌렸더니 완성됐다. 바싹 마른 겉모양새와 달리 속은 촉촉했다. 이렇게 쉽게 군고구마를 만들 수 있다니 에어프라이어 만세다 만세. 껍질도 미리 벗기면 더 나무토막 같아보였을테지만, 생고구마 껍질을 깎기가 귀찮아서 그냥 썰어 넣었는데 괜찮았다. 익어서 껍질을 벗겨내기 훨씬 수월했다. 껍질째로 먹어도 나쁘지 않다. 고구마를 좋아하는데, 이 방법으로 벌써 3-4개를 해치웠다. 고구마말랭이에서 느낄 수 있는 건조한 느..
210902 광화문 교보문고에 밤송이가 떴다 퇴근 후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살펴볼 책이 있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교보문고로 향했는데, 카우리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에 귀여운 팝업스토어가 열려있었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밤송이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요상하면서 귀여운 캐릭터가 있었다. 그 옆엔 또 밤송이 모양의 수세미가 있었다. 이게 뭐지? 했는데, 알고보니 밤잼을 파는 브랜드 크렘드마롱의 팝업스토어였다. 밤잼도 낯설었는데, 브랜드는 더 낯설었다. 비치된 엽서 뒤 설명을 보니 크렘드마롱은 140년 전통 프랑스산 밤크림 브랜드다. 프랑스 남부 리옹지역에서 수확하는 야생밤을 원료로 사용해 깊고 자연스러운 밤의 풍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서양식 밤맛 디저트는 몽블랑밖에 못 먹어봤는데, 친구와 파리에서 유명한 집을 찾아가서 먹었지만 기대보다 너무 단 ..
210901 제철과일을 챙겨먹자, 무화과 제철음식. 제철채소. 제철과일. 제철은 '알맞은 시절'이라는 뜻이다. 딱 알맞은 때. 알맞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알맞기는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래서인지 제철 뒤에 붙는 것들은 한정판처럼 귀하다. 놓치면 아쉽고 챙기면 뿌듯한 제철. 제철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말들. 제철음식. 제철 뒤엔 먹거리가 붙는 게 제격이다. 사실 제철 과일이든, 제철 채소든 챙겨 먹으려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건강한 끼니에 관심이 생겼고, 잘 챙겨먹고 싶어졌다. 동네 마트에 새로 나온 채소, 과일에 관심을 한 번 더 주고 저걸 어떻게 먹어볼까 궁리하는 게 즐겁다. 스스로를 챙기는 기분이 든다. 대충 ..
210806 고수가 들어간 파니니의 맛 입추가 가까워온다는데도 더웠다. 기온은 어제와 비슷한데도 유난히 더운 느낌이라서 회사 근처 '라 그린'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용하지 않지만 층고가 높고 무심하게 꽂아진 풀들, 빈티지 가구가 멋진 곳이다. 예전에 친구가 추천해준 메뉴, 고메치킨파니니를 골랐다. 고수가 들어갔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땐 음식 주문할 때마다 "뿌야오샹차이(고수 빼주세요)"를 덧붙였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 쌀국수에도 고수 듬뿍, 타코에도 고수 듬뿍, '고수는 맛있다'를 외치게됐다. 처음엔 낯설고 이상한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위와 어울리는 묘한 향이라서 좋다.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고 시지않은 상큼함을 남기는 매력이 있다. 고수가 들어간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고메치킨파니니는 닭가슴살과..
210805 힘이 난다! 여름채소도시락(흩뿌림 초밥) "내일은 오늘보다 괜찮을까?" 옆자리 선배가 물었다. 어제는 "그래도 오늘보다는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같은 질문에 "과연 그럴까요?"라고 대답했다. 대신에 오늘은 선배가 "그래도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줬다. 퇴근길에 조금은 힘이 났다. 그제도 버거웠지만 어제도 쉽지 않았고 오늘도 벅찼고 내일도 힘들 것을 예감하는 한 주다. 힘을 내려고 부엌에 섰다. 쉽고 빠르게, 이왕이면 설거지가 적게 나오는 밥을 내 손으로 지어 먹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요리는 못하지만, 있는 재료로 적당히 맛있는 한끼는 만들 수 있으니까. 다정한 레시피북 에 나온 '여름채소 도시락(흩뿌림 초밥)' 만드는 법을 응용해서 저녁밥을 만들었다. 응용했다고 하기에는 두부소보로와 오이 빼고는 재료도 내멋..
210802 대체육, 생각보다 괜찮은데? 점심으로 스타벅스 '플랜트 함박 & 파스타 밀 박스'를 먹었다. 비건 메뉴라서 궁금했는데 혼밥을 하는 김에 주문했다.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식물 기반)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찾아보니 함박 패티는 식물성 원료 만을 활용해 만들었고 식물성 코코넛 오일과 채종유를 사용해 육즙을 구현했다고 한다. 대체육으로 만든 라구소스를 곁들인 파스타와 브로콜리, 알감자가 함께 나왔다. 패키지는 기내식이 생각났다. 패티의 첫 느낌은 '오? 그냥 고기랑 뭐가 다르지?'였다. 다짐육으로 빚은 패티와 꽤 흡사했다. 먹다보니 이게 대체육의 맛이구나 싶은 질감이 느껴졌지만 싫은 정도는 아니었다. 레토르트 함박스테이크보다 오히려 씹는 말은 더 좋았다. 단맛이 강한 함박 소스도 잘 어울렸다. 라구파스타 소스도 고기..
210729 동료, 점심을 먹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니, 건강식 먹을래?” “좋아!” 고른 메뉴는 회사 근처 카페의 그린커리.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대화가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흘러갔다. “피티는 어때?” “달리기는?” 요즘 하는 운동으로 시작하는 대화라니. 그것도 평소에 같이 밥을 먹으면 열에 여덟 번은 떡볶이를 먹으며 얼음 컵에 탄산을 곁들이던 두 사람이 건강식을 먹으며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생경할 법하지만 어색한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다. 뭐지? 이 낯선데 편한 기분은.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만에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어서 그런가. 그간 우리는 꽤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려 노력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요즘 하는 운동에 대해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