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것들 (4) 썸네일형 리스트형 230904 찬란한 저녁 퇴근길 홍제역에서 보는 서쪽하늘. 해 질 무렵 찬란한 노을을 보면 지친 하루였어도 마음이 누그러진다.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건, 아직 내 맘대로 보낼 수 있는 저녁 시간이 남았다는 것. 필터 없이도 이런 하늘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은 짧고 그래서 귀하다. 여름의 끝자락, 타는 노을. 210720 멋진 하늘은 힘이 세다 오늘도 하늘이 엄청났다. 친구들에게 '지금 창문 밖을 봐줘, 하늘 진짜 예쁨' 톡을 보내고 카페 밖으로 나섰다. 이건 찍어야해. 요즘 피드들이 하늘 사진으로 가득해서 그런가. 노을을 보자마자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켓몬을 잡듯 폰을 들고 뛰어나와 하늘을 향해 렌즈를 들이댔다. 이렇게 저렇게 각을 잡아봤지만 마음에 드는 구도가 잘 안 나왔다. 그때 멀리 육교가 보였다. 저기 올라가면 되겠네. 건너지도 않을 육교에 부지런히 올라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이거지 이거네. 아까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었다. 보랏빛 같기도 분홍빛 같기도 주황빛 같기도한 하늘을 담고 만족하며 내려왔다. 그리고 길 건너 폰을 들고 두리번 대는 두 소녀. 보는 순간 느낌이 딱 왔다. '너희도 셔터 누를 곳을 찾고 있는 거.. 210507 봄의 색깔 오월은 푸르구나 이렇게. 시간이 좀 더 걸려도 버스보다 기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 좋은 이유는 계절의 색을 오래도록 진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을 끼고 이어진 태백선은 계절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달려가기 때문에 계절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초록을 함뿍 머금은 풍경을 품고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본가에 왔다. 210430 퇴근길 광화문 흥국생명 앞엔 해머링 맨이 있다. 해머링 맨 주위엔 바닥 조명이 점을 찍으며 호를 그리고 있는데 그 중 점하나에 초록이 피었다. 빠진 회색 점 안에 들풀이 자리 잡았다. 돌 바닥 위에서도 꽤 꿋꿋하게 뿌리내렸는지 작은 꽃도 맺었다. 앞으로 여길 지날 땐 바닥을 보고 걸을 거 같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