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내는 것들/달리는 것들 (4) 썸네일형 리스트형 230429 꽃길을 달렸다 📍홍제천 말 그대로 ‘꽃길’을 달릴 수 있다. 연희동으로 이사 오면서 러닝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됐다. 다 홍제천 덕분이다. 요즘 시들해진 달리기에 다시 재미를 붙여보려고 오랜만에 나섰다. 유진상가-포방터시장 쪽으로 달려가는데 생각 못한 꽃길을 만났다. 차도 옆에 심긴 철쭉이 떨어져서 이런 꽃길을 만들다니. 솔직히 진한 보랏빛, 빨간색, 흰색의 강렬한 색감을 자랑하는 철쭉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한밤의 달리기 중 만난 보랏빛 철쭉은 예뻤다. 빨리 반환점을 찍고 돌아와 사진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아직 철쭉은 한창이다. 그러고 보니 만개한 철쭉 꽃길은 어젯밤부터 하루종일 내린 비 때문인듯하다. 비 온 덕에 꽃길러닝을 다 해보네. 괜히 한밤에 나가서 달리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보다. 달릴까.. 230228 오랜만에 달렸더니 다리가 무겁다 '오히려 좋아' 지난해 손기정 마라톤에서 하프마라톤을 완주하고 달리기를 멈췄다. 추워진 날씨 탓도 있었고 하프마라톤이라는 연중목표를 달성하고 동력이 약해지기도 했다. 달리기 대신 수영을 한다는 좋은 핑계도 있었다. 덕분에 마음 편히 달리기에 소홀해졌다. 그러다 올 1월, 제주도에 간 김에 일출을 보겠다며 성산일출봉 근처를 달렸다. 새해 첫 달리기였다. 숨이 차고 다리가 무거웠다. 몸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몸은 정직하다. 몸의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야속하지만, 한편으로 오히려 좋다. 아주 오랜만에 달렸는데도 전처럼 숨이 차지 않고 편안하게 오래 달렸다면 억울했을 것 같다. 뛰기를 멈춘 시간만큼 다리가 무겁다는 건 꾸준히 달려온 시간에 힘이 있다는 말이다. 굳은 몸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 221114 아직은 겨울이 아니다(수영일기2) 가을비가 내리고 나서 추위가 온다는 말에 덜 겁먹어도 괜찮았겠다. 아노락을 후다닥 꿰어 입고 움츠린 채 새벽과 아침 사이 수영을 가는데 생각보다 덜 추웠다. 비몽사몽 동네 길을 휘적휘적 걸어 수영장에 도착할 때쯤 되면 그제야 잠에서 좀 깬다. 샤워하고 좀 찬 듯한 물에 쏙 들어갈 때 느낌은 날마다 다른데, 오늘은 쨍하니 정신이 훅 들었다. 산뜻했다. 쭉 편 팔이 귀에 닿게끔 롤링을 연습해보자는 선생님 말을 생각하면서 자유형을 했고, 여유 있는 레인에서 천천히 물을 갈라보았다. 자유형은 신기하다. 어떤 날은 삐걱삐걱 절반도 못 가겠는데,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지는 날엔 달리기처럼 즐겁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었다. 여전히 평영은 잘 안 되는데 부족한 점을 정확히 짚어주는 선생님 피드백.. 221017 잘하지 못하는 걸 계속하는 즐거움(수영일기1) 평영 자세를 배운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팔과 다리의 타이밍은 알듯 말듯 모르겠다. 상체 동작을 먼저 하고 몸 전체를 쭉 펴고 나서 다리를 촤 펼쳤다가 접는 건 알겠는데요. 이 묘한 엇박자를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못 따라간다. 그래도 머리를 물속에 넣은 다음 발바닥으로 물을 밀고 다리를 모아 감으면서 몸을 앞으로 쭉 내어 본다. 전진하는 흐름을 느껴보려 애쓴다. 다시 ‘발-손’ 이렇게 배운 걸 생각하면서 또 해본다. 가다 서다 해도 괜찮다. 여긴 아직 제일 가장자리 초초보레인이니까. 나아지는 게 있나 싶은데 나도 모르게 변하고 있다. 시간과 반복의 힘을 체감하는 중이다. 처음 수영장에 들어선 3개월 전보다 1.8미터 수심을 덜 무서워하게 됐고, 이젠 자유형도 얼핏 비슷하게 따라 할 수 있게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