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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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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1 창작의 세계에 입문하는 이에게 <미지를 위한 루바토> 김선오 시인의 산문집 , 아침달, 2022 대학교를 졸업하고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일을 시작한 친구에게 선물했다. 개인적으로 시인이나 소설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장르 바깥에서 조금은 느슨하고 솔직하게 자기를 보여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완독한 건 아니지만 창작에 대한 글귀가 인상적이라서, 또 짧은 글들의 모음이라 생각이 막힐 때나 출퇴근길에 읽기에 맞춤할 것 같다는 이유로 골랐다. 특히 제목이기도 한 '미지를 위한 루바토'에 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루바토는 이탈리아어로 '시간을 훔치다'라는 뜻인데 루바토가 악보에 적혀있으면, 연주자는 기존 템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똑같은 루바토는 두 번 연주될 수 없다. 창작의 ..
230815 혹시 책 선물 좋아하세요? (츤도쿠의 책 나눔 시작) 책 사는 걸 좋아한다. 책을 사는 건 다른 구매 행위보다 죄책감이 덜 들고, 꽤 뿌듯하다. 소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지적 허영도 채워준다. 그런데 이게 너무 사다 보니까,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 넘어 책들이 조금 버겁게 느껴졌다. 특히나 전셋집을 전전하는 내게 공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책은 때때로 짐과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올 이사를 앞두고 츤도쿠의 책 나눔을 시작했다. 낯선대학 뉴스레터에 이런 편지를 실으면서. 저는 츤도쿠입니다. 츤도쿠(積ん読)는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 두고 결코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인데요. ‘읽다’라는 뜻의 일본어 ‘도쿠(読)’와 ‘쌓다’란 의미의 ‘츠무(積む)’에서 파생된 ‘츤(積)’이 합쳐져..
230727 어린이에게 빨간책을! (성냥팔이소녀의 반격) 제목부터 성냥팔이소녀의 '반격'이다. 붉은색의 성냥과 불꽃과 빨간 머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책은 빨간책이다. 붉은색이 주요 이미지로 쓰여서이기도 하지만, 내용도 '빨갛다'. "분노가 인간다움을 되살린 것 같았어."(p.161) 분노와 인간다움을 연결하고, 파업을 말한다. 함께 연대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렇다고 마냥 희망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불꽃이 피어오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스러졌고, 세상은 선의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더디게 나아진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동화가 보여주는 건 어떤 세상에 대한 지향(점)이다. 그래서 핑크빛 결말 뿐아니라 때로는 잿빛, 무지갯빛 등 다양한 시선으로..
211028 '삶은 오렌지' <LIFE IS ORANGE> 2021 가을호 여느 택배 상자와는 다르게 정갈하게 각 잡힌 박스가 도착했다. 스티커를 떼고 박스를 열었더니 그 안에 맞춤하게 담긴 잡지가 보였다. 43호, 광고회사 이노션에서 계절마다 발간하는 잡지다. 어라운드 매거진의 이벤트를 통해 받아보게 됐다. 광고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지금 여기의 트렌드는 어떤 걸까 궁금했고, 낯선 분야의 생각들이 내게는 어떤 영감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됐다. 표지의 달걀 껍데기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삶은 뭘까요? 삶은...달걀?!"이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삶은 달걀을 비틀어 삶은 오렌지라고 명명한 걸까 궁금해졌다. 단순하지만 위트 있는 표지였다. 잡지의 빛깔을 노란빛을 품은 오렌지빛으로 통일한 점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색도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빨강과 노랑 사이,..
210627 야알못이 읽은 야구팬의 일기 야구를 잘 모른다. 쓰리아웃이면 공수가 바뀌는 것, 타자와 투수가 있다는 것,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 점수가 난다는 것. 그런 큰 틀 말고는 잘 모른다. 숫자로 환원되는 선수들의 능력치며, 외야수와 내야수의 다른 점 등등의 것들을 모른다. 그런데 야구에 완전히 무심하지는 않다. 잘 모르는 데 마음이 간다. 우선 만화 , 드라마 처럼 야구하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고,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나 인생 스토리 읽는 걸 즐긴다. 딱 두 번이었지만 야구장에서 직관했던 경험은 응원한 팀이 졌음에도(두 번 모두, 홈팀을 응원했고 홈팀이 졌다)그곳의 달뜬 분위기에 취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 이후로 '나도 어떤 팀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정착할 팀을 찾지 못했다. 이미 응원하는 팀이 있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