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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한 것들/들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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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펜] 얇은 젤펜을 좋아한다면, 파이롯트 쥬스업 0.3mm 오랜만에 친구와 교보문고 핫트랙스를 구경했다. 광화문 교보는 우리의 방앗간 같은 곳이다. 얇은 펜을 좋아하는 우리는 고등학생 때 하이테크를 좋아한 이력이 있는데, 친구는 이제 젤잉크의 세계에서 볼(펜)의 세계로 갔고 나는 여전히 젤잉크펜을 선호한다. 하이테크에서 시그노, 쥬스업으로 넘어왔을 뿐 여전히 사각사각 종이를 가르는 얇은 젤펜 러버다. 쥬스업(Juice up)은 하이테크보다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있어 필기감이 안정적이다. 노크식인 것도 뚜껑을 챙길 필요가 없어 좋다. 게다가 고무그립이 있어 오래 써도 상대적으로 손가락이 더 편하다. 처음 나왔을 때 네이비(블루블랙) 색을 좋아하면서 쓰다가 잉크를 다 비우고, 리필을 못 구해서 펜꽂이에 껍데기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게 한 일 년 됐나. 인터넷에서 리필..
210603 왠지 축축한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를 얻어왔다. 친구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체 어떻길래 궁금해서 데려왔다. 상자째로 맡아본 향은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 봉지에 넣은 채로 맡았을 땐 달큰한 모기향 같은 향이 났다. 꺼내서 인센스 스틱에 코를 댔더니 약간의 상큼한 향이 코를 탁 치는 걸로 시작해서 인공적인 달콤한 향으로 끝났다. 친구의 '별로였다'는 평을 들어서 그런가 불을 붙이기가 약간 겁났다. 엄청나게 센 인공적인 향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연기를 흘리는 인센스 스틱에선 비에 젖어 눅진눅진해진 라면박스에서 풍길 것 같은 축축한 단내가 났다. 물먹은 골판지에서 날법한 들큰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습기를 머금은 달콤한 향인데 은은한듯 결국엔 은근하게 ..
210516 굿바이 6s, 헬로우 12 (5년 1개월 15일 만에 아이폰12를 들이다) 2016년 4월 1일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에서 아이폰6s(64기가 로즈골드)를 구매했다. 그때도 6s는 나온지 좀 지난 모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덕분에 당시 쓰던 lg 뷰3(4:3의 특이한 비율의 화면이 인상적이었다)의 액정이 깨져 새 휴대폰을 사는 김에 아이폰을 들일 수 있었다. 모토로라 모토글램(둥글한 조약돌 디자인이 귀여웠지만, 쓰다보면 발열이 심해지는 게 좀 무서웠다)으로 시작해 구글 넥서스(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이라는 왠지 모를 자부심이 들었다), htc 센세이션(닥터드레 이어폰이 번들로 제공됐고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해외봉사를 하는 중에 잃어버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lg 뷰3.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세계에 있던 내게 아이폰, 애플 io..
210426 나그참파 향을 들이다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이사를 하면, 방을 다 치우면 인센스 스틱을 놓아야지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정리하고 나서 향기도 내 마음에 맞게 꾸려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포부가 너무 컸는지 인센스 스틱을 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어제 두 번째 월세를 보냈으니 이사를 한지 꼬박 한 달이 지나서야 그 계획을 이룬 셈이다. 여전히 집은 마음에 쏙 들게 치워지지 않았지만, 차차 정리하기로 하고 향을 들이기로 했다.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나그참파. 참파꽃과 백단향을 배합해 만든 향이다. 참파꽃? 백단향? 참파꽃은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꽃인데, 하와이하면 생각나는 꽃 플루메리아(흰색의 넓고 큰 꽃잎 다섯장이 인상적인, 안쪽엔 노란 빛이 도는 꽃)가 그것이다. 달콤한 향이 나서 입욕제로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