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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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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7 [전시/사진] 어쩌면 우리는 모두 광장의 주인공 wooksworks 사진전 <무명의 주역들> 연휴 전날, 야근 출근 전 시간을 쪼개 사진전을 보러갔다. 연이은 야근에 몸은 좀 피곤했지만 가길 잘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전시장에 관람객이 나 혼자였다. 덕분에 운 좋게도 작가님의 일 대 일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럭키! 우선 전시가 열리는 공간부터가 인상적이었다. 파사드서호. 열린 철제 대문을 따라 들어가면 무심하게 정돈한 마당이 보인다. 맷돌 모양 징검다리를 밟으며 안으로 향하는데 너무 조용해서 들어가도 되나 잠깐 고민했다. 다락방을 품은 1970년대 스타일 이층 양옥. 뼈대는 그대로 두고 빈티지하게 꾸몄다. 배치된 가구와 소품들의 톤이나 디테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전반적으로 나무톤이지만, 방마다 콘크리트, 벽돌, 시멘트, 유리, 우레탄폼 같은 소재를 살려 각각 다른 분..
210904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초입 안산 자락길을 걷다 안산 자락길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번째로 걸었던 건 일년 전 이맘 때였다. 첫 등산화를 사고, 큰 산에 가기 전 등산화를 내 발에 맞게 길들이려 안산 자락길을 걸었다. 독립문에서부터 조금 걸었을 뿐인데,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숲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메타세콰이어길이 특히 좋았다. 길게 뻗은 나무 위 초록 그늘이 기억에 남는다. 그땐 버스를 타고 독립문역까지 와서 걷기 시작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은 안산이 집에서도 쉽게 걸어갈 수 있는 동네 산이 됐다. 서대문구 주민이 되고 나서 찾은 안산 자락길 트래킹은 서대문구청에서 시작했다. 연북중학교와 서대문구의회 사이 오르막길을 오르면 자락길 초입이 나온다. 나무데크로 잘 정돈된 길을 걷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났던 ..
210902 광화문 교보문고에 밤송이가 떴다 퇴근 후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살펴볼 책이 있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교보문고로 향했는데, 카우리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에 귀여운 팝업스토어가 열려있었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밤송이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요상하면서 귀여운 캐릭터가 있었다. 그 옆엔 또 밤송이 모양의 수세미가 있었다. 이게 뭐지? 했는데, 알고보니 밤잼을 파는 브랜드 크렘드마롱의 팝업스토어였다. 밤잼도 낯설었는데, 브랜드는 더 낯설었다. 비치된 엽서 뒤 설명을 보니 크렘드마롱은 140년 전통 프랑스산 밤크림 브랜드다. 프랑스 남부 리옹지역에서 수확하는 야생밤을 원료로 사용해 깊고 자연스러운 밤의 풍미를 선사한다고 한다. 서양식 밤맛 디저트는 몽블랑밖에 못 먹어봤는데, 친구와 파리에서 유명한 집을 찾아가서 먹었지만 기대보다 너무 단 ..
210609 제주의 밤은 활기차다 노을과 함께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있었다. 동문시장 근처 잡은 숙소, 호텔대동에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섰다. 저녁 아홉시, 대부분의 가게는 불을 끄고 문을 닫았지만 드문드문 열린 횟집과 과일가게 등을 지나 시끌벅적한 소리를 따라가면 야시장이 있다. 흥겨운 댄스곡에 맞춰 불쇼를 하며 굽는 랍스터와 돼지 구이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가 맛집인가봐." 뜨내기 관광객들은 사람들이 몰린 가게에 줄을 서고 그 뒤로 사람이 몰린다. 그렇게 줄은 줄을 부른다. 한 바퀴 두 바퀴 휘휘 둘러보니 다 신기하다. 딱새우회도 감귤 크레페도 전복밥도 치즈듬뿍핫도그도 흑돼지오겹말이도.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여러 메뉴 중 제일 긴 줄 뒤에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