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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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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교롭다 공교롭다 工巧롭다 (형용사) 공교로워/ 공교로우니 1.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아들과 아버지의 생일이 같다. 박상영 작가의 글은 머뭇대지 않고 내지르는 맛이 좋다. 주저 않고 훅 치는 소설 속 대사가 서사에 몰입감을 높인다면, 에세이에선 거침없음 그 자체가 매력이 되어 글을 계속 읽게한다. 작가의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에피소드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읽혀서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 같았다. 빠져들어 읽다가 '공교로운' 이라는 단어에 공교롭게도 꽂혔다. 낯익은 표현이지만 문득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교롭다의 뜻이 뭐였더라. 우연스러운 느낌적 느낌은 알겠는데, 뭐라 설명이 안 되어서 사전을 찾아봤다.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3 삼삼하다 삼삼하다 (형용사) 삼삼하여(삼삼해)/ 삼삼하니 1.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2.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 얼굴이 삼삼하게 생기다. 지금 내가 자네를 생각하고 삼삼한 처녀를 하나 점찍어 두었네.출처 맛이 삼삼하다, 심심하다, 간간하다. 한 글자가 반복되는 첩어들. 전에 삼삼한 맛은 뭘까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귀찮아서 뜻을 찾아보지 않고 대충 간간하다와 비슷한 느낌이겠거니 넘어갔다. 마침 에세이를 읽다가 '삼삼한 일'이라는 표현을 마주한 김에 찾아봤다. 짠 것보다는 밍밍 쪽에 더 가까웠다. 맛이 싱거운듯 하면서 맛있을 때 삼삼하다고 할 수 있다. 불만족보다는 만족에 가까운 뉘앙스다. 불만족에 가까워지면 밍밍하다가 된다. (밍밍하다: 음식 따위가 제..
2 밭다 밭다 (형용사) 밭아/ 바트니 1. 시간이나 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천장이 밭다. 앉은 자리가 너무 밭다. 약속 날짜를 너무 밭게 잡았다. 2. 길이가 매우 짧다. 3.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적다. 미팅을 통해 만나는 한 권 한 권 모두 정성을 다해 마케팅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신간이, 꽤나 밭은 간격으로 쏟아져 나온다. 모든 책에 번번이 사활을 걸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늘 아쉬움이 남는다. (김수현, '리스트 만드는 마음', ) 친구와의 대화 중 '바투'라는 부사를 듣고 생경했던 적이 있다. 눈으로 읽은 적은 있지만 귀로 들은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바투'라는 두 글자가 업무의 마감 기한이, 해야할 일들이 ..
1 무람없다 무람-없다 [ 무라멉따 ] (형용사) 무람없어/ 무람없으니/ 무람없고/ 무람없는/ 무람없지 1.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 제 행동이 다소 버릇없고 무람없더라도 용서하십시오. 구민식은 여느 때 자기 앞에서 거의 의식적으로 무람없는 짓을 함부로 해 보이곤 하는 정짝귀의 부은 입 모습을 건너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출처 인스타 스토리를 넘기다가 유심히 읽은 글. 에디터이자 소설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생생하고 재미있다. " 'Against Borders'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장르에도 경계가 없어 세비체와 치킨윙, 떡볶이와 살치살 스테이크가 무람없이 한 식탁에 오르고, 부라타 치즈처럼 흔한 아이템에는 홍시 소스 같은 유쾌한 '킥'이 더해진다." 이 문장에서 '무람없이'라는 표현이 번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