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본 것들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240119 [망원/카페] 어떤 에그타르트 굽는 집의 마지막날 <피카브로드> 지난 주말에 혜미와 망원동에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망원동에 갔다고 해도 혜미가 앉은자리에서 건너편 카페를 보지 못했다면, 내가 지도앱에서 검색한 그곳의 블로그 리뷰를 읽지 않았다면 결국 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 밝은 혜미가 발견했고, 평소 별점과 간단평만 읽는 내가 그날따라 굳이 블로그 리뷰를 눌렀고, 마침 그게 순도 높은 진심으로 눌러쓴 리뷰(이 집 에그타르트 안 먹으면 바보 뚱땡이!라는 표현을 보고 안 갈 도리가 없었다!)였어서 방문했다. 그리고 알게된 사실. 이곳은 영업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는 것. 이건 오늘 마지막 영업을 마친 망원동의 카페 '피카브로드' 이야기다. 피카브로드는 크지 않은 카페다. 창문 밖을 마주하고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두 자리.. 230427 달콤하고 확실한 행복, 망원동 키오스크(KIOSQUE) 📍망원동 키오스크(KIOSQUE) 10여 년 전 대학생 때 교지 친구들과 참 많이 돌아다녔다. 왕십리 밖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 좋아하던 우리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강남의 세련됨에 왠지 기가 죽고 북적이는 활기에 지레 피곤해하던 우리는 강북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서촌은 우리가 자주가던 동네들 중 하나였다. 어느 날 배화여대 근처에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있다며 한 친구가 이끌었다. 외관은 철판으로 만들어진 작은 큐브 상자 같았다. 어둡고 좁은 실내가 마치 동굴 같았다. ‘프렌치토스트가 맛있어봐야...’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도 맛에 엄청난 기대를 품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한입 먹기 전에 눈으로 보고, 또 한입 잘라 입에 넣고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유럽의 맛이잖아...! (아마 그때까지 나는.. 210904 동네에 돈가스집이 생겼다(홍은동 냠냠돈까스) 동네에 돈가스 가게가 생겼다. 이름은 냠냠돈까스. 노란색 바탕 간판에 쓰인 가게 이름이 귀엽다. 인테리어는 특별한 것 없이 여느 분식점 같은 느낌이다. 가게에서 먹고 갈 수도, 포장해서 갈 수도 있는데 튀김과 소스를 따로 팔아서 반찬을 사듯 돈가스만 사 가기에도 좋다. 보통 돈가스를 시키면 정식으로 밥, 샐러드 등이 기본으로 나오지만, 굳이 세트를 안 시키고 먹고 싶은 것만 고를 수 있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 소스도 취향껏 골라 마음대로 조합해 먹을 수 있다. 기본인 등심정식을 시킬까 치즈롤정식을 시킬까 고민하다 치즈롤정식을 시켰다. 치즈롤가스 한 줄과 밥 샐러드, 장국, 깍두기와 단무지가 나왔다. 브라운소스가 올려나온 치즈롤가스는 깨끗한 기름에 튀겼는지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고기는 한돈을 쓴다고 했.. 210906 맛집의 옆집 (홍제역 압구정떡볶이) 홍제역 3번출구 근처에는 떡볶이집이 두 곳있다. 하나는 홍제역 떡볶이 노포 '불란집'이고 그 옆집의 옆집은 '압구정떡볶이'다. 이사를 하고 동네 떡볶이 맛집을 검색하다 유명한 불란집 떡볶이를 먼저 맛봤다. 달고 꾸덕한 부산스타일의 빨간맛이었다. 떡은 검지손가락 굵기의 밀떡이었는데 진한 빨간색에 점도가 있는 양념이 폭 배여서 자꾸 먹게되는 맛이었다. 퇴근길에 비가 와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하다 이번엔 아직 맛을 못 본 압구정떡볶이를 포장해왔다. 떡이 짧고 통통한 편인데 안에 구멍이 있어서 양념이 쏙 들어가 있다. 떡은 푹 퍼진 편이었고 어묵은 들어가지 않았다. 떡볶이 양념을 빨아들여 통통하게 불은 어묵을 좋아하는 편이라 좀 아쉬웠다. 양념은 다시다맛이 많이 나는 고춧가루 국물맛이었다. 찌개국물 같은 느낌이라.. 210806 고수가 들어간 파니니의 맛 입추가 가까워온다는데도 더웠다. 기온은 어제와 비슷한데도 유난히 더운 느낌이라서 회사 근처 '라 그린'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용하지 않지만 층고가 높고 무심하게 꽂아진 풀들, 빈티지 가구가 멋진 곳이다. 예전에 친구가 추천해준 메뉴, 고메치킨파니니를 골랐다. 고수가 들어갔다고 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땐 음식 주문할 때마다 "뿌야오샹차이(고수 빼주세요)"를 덧붙였는데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 쌀국수에도 고수 듬뿍, 타코에도 고수 듬뿍, '고수는 맛있다'를 외치게됐다. 처음엔 낯설고 이상한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더위와 어울리는 묘한 향이라서 좋다. 입안을 개운하게 정리해주고 시지않은 상큼함을 남기는 매력이 있다. 고수가 들어간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고메치킨파니니는 닭가슴살과.. 210802 대체육, 생각보다 괜찮은데? 점심으로 스타벅스 '플랜트 함박 & 파스타 밀 박스'를 먹었다. 비건 메뉴라서 궁금했는데 혼밥을 하는 김에 주문했다.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 식물 기반)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찾아보니 함박 패티는 식물성 원료 만을 활용해 만들었고 식물성 코코넛 오일과 채종유를 사용해 육즙을 구현했다고 한다. 대체육으로 만든 라구소스를 곁들인 파스타와 브로콜리, 알감자가 함께 나왔다. 패키지는 기내식이 생각났다. 패티의 첫 느낌은 '오? 그냥 고기랑 뭐가 다르지?'였다. 다짐육으로 빚은 패티와 꽤 흡사했다. 먹다보니 이게 대체육의 맛이구나 싶은 질감이 느껴졌지만 싫은 정도는 아니었다. 레토르트 함박스테이크보다 오히려 씹는 말은 더 좋았다. 단맛이 강한 함박 소스도 잘 어울렸다. 라구파스타 소스도 고기.. 210729 동료, 점심을 먹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니, 건강식 먹을래?” “좋아!” 고른 메뉴는 회사 근처 카페의 그린커리.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대화가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흘러갔다. “피티는 어때?” “달리기는?” 요즘 하는 운동으로 시작하는 대화라니. 그것도 평소에 같이 밥을 먹으면 열에 여덟 번은 떡볶이를 먹으며 얼음 컵에 탄산을 곁들이던 두 사람이 건강식을 먹으며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생경할 법하지만 어색한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다. 뭐지? 이 낯선데 편한 기분은.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만에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어서 그런가. 그간 우리는 꽤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려 노력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요즘 하는 운동에 대해 질문한다... 210617 여름의 맛, 오이샌드위치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동네마트에서 오이를 세일하길래 간단하게 오이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오이는 소금으로 잘 씻어 반 개를 채쳐 허브솔트를 툭툭 두번 털어 넣고 조물조물 절였다. 한 오분 정도 지나면 물기가 빠지는데 이때 꼭 짜주면 된다. 냉장고에 크림치즈는 없어도 마요네즈는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없다, 마요네즈가. 그렇지만 다시 나가기는 귀찮아서 대안으로 케찹을 쓰기로 했다. 토스트한 식빵에 케찹을 바르고 그 위에 물기를 쏙 뺀 오이를 펴주었다. 초록과 빨강. 크리스마스색 조합은 옳다. 우선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지에스편의점에서 증정으로 받은 '브레디크 식빵 25'를 썼는데 2.5cm의 통통한 두께가 토핑을 잘 받쳐줘서 좋았다. '사양벌꿀을 넣어 씹을 수록 고급스러운 단맛과 풍미..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