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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야알못이 읽은 야구팬의 일기 야구를 잘 모른다. 쓰리아웃이면 공수가 바뀌는 것, 타자와 투수가 있다는 것,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 점수가 난다는 것. 그런 큰 틀 말고는 잘 모른다. 숫자로 환원되는 선수들의 능력치며, 외야수와 내야수의 다른 점 등등의 것들을 모른다. 그런데 야구에 완전히 무심하지는 않다. 잘 모르는 데 마음이 간다. 우선 만화 , 드라마 처럼 야구하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고,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나 인생 스토리 읽는 걸 즐긴다. 딱 두 번이었지만 야구장에서 직관했던 경험은 응원한 팀이 졌음에도(두 번 모두, 홈팀을 응원했고 홈팀이 졌다)그곳의 달뜬 분위기에 취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 이후로 '나도 어떤 팀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정착할 팀을 찾지 못했다. 이미 응원하는 팀이 있는 주..
210619 망원한강공원 멀리서 친구가 비행기를 타고왔다. 그것도 오직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친구와 오랜만에 망원동을 걸었고 시장에 들러 수박주스를 입에 물고 구경을 하다 맛있어보이는 것들을 하나둘 모아 주렁주렁 매달고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친구가 배송시킨 전통주 지란지교는 이날의 또다른 주인공이었다. 이름값을 하더라. 식어서 얼음컵에 따라 마셨는데 맑고 경쾌한데 산뜻한 향도 있어서 여름날 낮술용으로 적합했다. 회를 한점 먹고 술을 한모금하니까 풍류를 즐기는 선비가 된 느낌도 나고 떡갈비와도 매우 잘 어울렸다. 대감댁 잔칫상을 받아 반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양반의 향기가 나는 술이었다. 얼음컵에 마시니 가벼운 와인을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더울 때 마셔도 부담 없는 맛이었다. 도수는 17도. 둘이 나눠마시니 ..
210618 스트레스 해소용 오이샐러드 오늘은 정말 야근이 싫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채칼에 오이를 슥슥슥슥 문질렀다. 왠지 명란이 어울릴 거 같아서 쭉 짜 넣고 방울토마토도 반씩 숭덩숭덩 잘랐다. 파도치는 바다 모양 접시에 순서대로 초록 주황 빨강 색을 펼치고 쯔유를 살짝 뿌려 휘휘 섞어보았다. 안주 같은 맛이 났지만 맥주는 참았다. 왜냐! 내일 다정한 친구와 마실 것이기 때문이다. 것도 무려 낮술을!!! 화려한 플레이팅을 잘 못해서 그런지 단정하고 귀여운 플레이팅을 선호한다. 특히 색과 형태가 제각각 살아있는 모양새를 좋아한다. 여름날 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 오이 샐러드 완성!
210617 여름의 맛, 오이샌드위치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 동네마트에서 오이를 세일하길래 간단하게 오이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오이는 소금으로 잘 씻어 반 개를 채쳐 허브솔트를 툭툭 두번 털어 넣고 조물조물 절였다. 한 오분 정도 지나면 물기가 빠지는데 이때 꼭 짜주면 된다. 냉장고에 크림치즈는 없어도 마요네즈는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없다, 마요네즈가. 그렇지만 다시 나가기는 귀찮아서 대안으로 케찹을 쓰기로 했다. 토스트한 식빵에 케찹을 바르고 그 위에 물기를 쏙 뺀 오이를 펴주었다. 초록과 빨강. 크리스마스색 조합은 옳다. 우선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지에스편의점에서 증정으로 받은 '브레디크 식빵 25'를 썼는데 2.5cm의 통통한 두께가 토핑을 잘 받쳐줘서 좋았다. '사양벌꿀을 넣어 씹을 수록 고급스러운 단맛과 풍미..
210609 제주의 밤은 활기차다 노을과 함께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있었다. 동문시장 근처 잡은 숙소, 호텔대동에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섰다. 저녁 아홉시, 대부분의 가게는 불을 끄고 문을 닫았지만 드문드문 열린 횟집과 과일가게 등을 지나 시끌벅적한 소리를 따라가면 야시장이 있다. 흥겨운 댄스곡에 맞춰 불쇼를 하며 굽는 랍스터와 돼지 구이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가 맛집인가봐." 뜨내기 관광객들은 사람들이 몰린 가게에 줄을 서고 그 뒤로 사람이 몰린다. 그렇게 줄은 줄을 부른다. 한 바퀴 두 바퀴 휘휘 둘러보니 다 신기하다. 딱새우회도 감귤 크레페도 전복밥도 치즈듬뿍핫도그도 흑돼지오겹말이도.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여러 메뉴 중 제일 긴 줄 뒤에 자리를 잡았다..
210608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내일은 자주 못보던 친구 J의 얼굴을 본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카톡을 계기로 잡은 약속이다. 생일 선물로 소설책 한 권을 준비하고 카드를 썼다. "직업을 정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건 겹치는 듯 어긋나고 또 비슷한 듯 다른 것 같아서 말이야." 편지를 쓰다보면 이렇게 일기가 되어버린다. 믿을 만한 청자를 향해 쓰다보면 맘 속 깊은 얘기가 흘러나오고만다. 이걸 읽은 J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J와의 만남이 기다려진다.
210605 어제부터 준비한 '오늘의 카레' "방금 만든 카레보다 하룻밤 재워둔 카레가 더 좋다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뭐 그렇긴 하지만." 만화 의 '어제의 카레' 편에 나오는 대사다. 나도 그렇다. 카레는 왠지 하루 묵힌 카레가 더 맛있다. 더 폭 익은 감자, 당근에 간이 더 깊게 배고 수프같은 걸쭉한 제형이 더 깊은 맛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집들이를 앞두고 전날 밤 카레를 만들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의 카레를 만든 셈이다. 시간을 두고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분주한 금요일밤이라니 은근히 설렜다. 더 정성스레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에 좀 뿌듯하기도 했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카레. 어제의 카레이지만, 숙성까지 꽤 오랜 시간을 들인 오늘의 카레를 대접했다. 카레에 방울토마토를 몇알 더 썰어 넣어 끓이면 예쁘고 감칠맛도 더 산다. 문드러지..
210603 왠지 축축한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를 얻어왔다. 친구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체 어떻길래 궁금해서 데려왔다. 상자째로 맡아본 향은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 봉지에 넣은 채로 맡았을 땐 달큰한 모기향 같은 향이 났다. 꺼내서 인센스 스틱에 코를 댔더니 약간의 상큼한 향이 코를 탁 치는 걸로 시작해서 인공적인 달콤한 향으로 끝났다. 친구의 '별로였다'는 평을 들어서 그런가 불을 붙이기가 약간 겁났다. 엄청나게 센 인공적인 향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연기를 흘리는 인센스 스틱에선 비에 젖어 눅진눅진해진 라면박스에서 풍길 것 같은 축축한 단내가 났다. 물먹은 골판지에서 날법한 들큰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습기를 머금은 달콤한 향인데 은은한듯 결국엔 은근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