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함께 김포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도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있었다. 동문시장 근처 잡은 숙소, 호텔대동에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저녁거리를 사러 나섰다. 저녁 아홉시, 대부분의 가게는 불을 끄고 문을 닫았지만 드문드문 열린 횟집과 과일가게 등을 지나 시끌벅적한 소리를 따라가면 야시장이 있다.

흥겨운 댄스곡에 맞춰 불쇼를 하며 굽는 랍스터와 돼지 구이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가 맛집인가봐." 뜨내기 관광객들은 사람들이 몰린 가게에 줄을 서고 그 뒤로 사람이 몰린다. 그렇게 줄은 줄을 부른다. 한 바퀴 두 바퀴 휘휘 둘러보니 다 신기하다. 딱새우회도 감귤 크레페도 전복밥도 치즈듬뿍핫도그도 흑돼지오겹말이도.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여러 메뉴 중 제일 긴 줄 뒤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십분쯤 기다렸는데 재료가 떨어졌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가게를 기웃거리다보니 손님이 붐비지 않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림빵, 나시고랭, 떡갈비, 꼬치, 닭강정... 왠지 꼭 제주가 아니어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지레짐작했지만 살펴보니 나름대로 제주산 흑돼지를 쓰고, 한라봉, 감귤을 이용해 제주의 맛을 더한 것들이었다. 숙소에 들어가 맥주 한캔과 먹을 만한 걸 찾다 '감귤마늘닭강정'을 포장했다. 며칠전부터 치킨이 먹고 싶기도 했고, 감귤마늘소스가 무슨 맛일지 도무지 상상이 안됐기 때문이다.

감귤의 향과 마늘 소스가 꽤 잘 어울렸다. 맥주를 고르느라 좀 식긴했지만 떡과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 새콤달콤한 맛에 알싸한 마늘향이 살짝 더해진 소스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평소 닭강정이나 치킨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도 좋을 맛이다. 색다르지만 너무 실험적인 맛은 아니라서 재밌게 먹을 수 있다. 여행지라서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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