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잡은 점심 약속 장소를 고민하다 메이드인시카고피자 덕수궁점에 가기로 했다. 다른 후보로는 정동길에 자리한 샐러드집 르풀이 있었다. 한 곳은 큰 창이 있어서, 또 한 곳은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두 곳 모두 계절을 즐기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심 시간 정말 좋다." 오랜 만에 만난 S는 이직 후 자유로운 점심 시간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 하던 이직 고민이 무색하게 훨씬 좋아진 얼굴로 새로 하게된 일, 요즘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양하게 좋은 동료들,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조직 문화 등 여러 이유로 현재 일을 긍정하는 표정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마침 활짝 열린 창문 덕에 훈훈한 바람을 쐬며 먹어서 그런가. 평일 점심이었지만, 회사랑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휴일 나들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근황을 나누면서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는데 즐거웠다. 어쩌다 나누게 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같은 진지한 얘기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커피도 못 마시고 헤어질 정도로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치즈가 든든하게 채워진 시카고피자에 파인애플 드레싱이 올라간 치킨텐더샐러드, 감자튀김 그리고 얼음컵에 따른 시원한 콜라. 메뉴도 메뉴였지만 오늘은 한껏 열린 창 밖의 햇살이 다했다. 돌담길을 바쁘게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연한 초록빛 물든 덕수궁을 살짝 내려다보는 것도 평일 점심의 작은 사치였다. 여름이 금방 와버릴 것만 같은 봄날에 여길 방문한 건 잘한일이다. 다가올 여름에 같은 자리에 앉아서 또 피자를 먹고 싶다. 자유롭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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