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 같은 비가 주말 내내 내렸다. 비 오는 날엔 실내에서 내리는 비를 구경하는 게 제일이지만, 야외에서 걷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대신 준비할 것이 있는데, 큰 우산(투명우산이면 더 좋다)과 이왕이면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바지, 젖어도 축축해지지 않는 샌들이 필요하다.
투명우산은 빗방울과 주변 풍경을 함께 볼 수 있게 해준다. 짧은 바지와 샌들은 바지밑단, 양말과 운동화가 젖었을 때 느껴지는 불쾌감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 전에 축축해지느니 아예 빗 속에 두 발을 적시겠다 마음을 먹어야한다.
지루하게 계속되던 비 속에서 걷다 '연희대공원'에 들렀다. 우연히 방문이었지만 비 오는 날에 가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분명 흔한 동네 골목길이었는데 문 안에 들어서자 마자 풀 냄새가 났다. 담벼락 안의 마당이 나무들로 꾸며져있었다. 녹음 해둔 듯한 새 소리도 들렸다. 이층 양옥을 개조한 내부엔 차를 마시는 공간(티 하우스 eert)와 식물을 판매하는 편집샵(플랜트 라이브러리 GARDEN EARTH)으로 구성돼있었다.

가오픈 기간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eert의 대서, 상강, 하지, 곡우 등 절기 이름으로 구성해둔 차 메뉴가 인상적이었다. 각 절기에 마시기 좋은 차로 블렌딩해둔 걸 처음 봤는데 재밌었다. 디저트로는 'sweets'로 표시된 메뉴가 있는데 화과자세트라고 보면될 것 같다. 스위츠를 시켰더니 크림치즈와 팥을 버무린 떡 같은 특별한 다과류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라벤더였나 허브향 터치가 들어간 떡에 시트러스향이 깃든 과자도 한 번도 못 먹어 본 맛이었어서 기억에 남는다. 차와도 딱 어울릴 정도의 단맛이어서 다음에 가도 또 시켜 먹을 용의가 있다.

아래에서부터 차례대로 먹는 게 좋은 것 같다. 단 정도와 향, 맛이 점점 강하게 느껴진다. 떡과 앙금이 들어간 경단, 파운드케이크 류를 한 접시에서 다 즐길 수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듯한 접시와 나무젓가락도 다과랑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다. 세번째로 먹은 케이크?는 코팅된 캬라멜초코?부분이 좀 느끼했지만 여기서도 꽃향 터치가 조화로웠다. 첫번째로 먹은 이끼 낀 돌모양의 떡은 단 정도가 깔끔했고 팥 씹히는 질감에 크림치즈맛이 어우러지는 게 재밌었다. 두번째 화과자는 정말 향긋! 입에 꽃밭을 담는 기분이었다.

공간엔 좌석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그만큼 자리를 두고 눈치게임은 치열하겠지만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았다. 이층 베란다에 꾸며진 나무벤치와 티테이블도 제주도가 생각나는 돌들과 어우러져서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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