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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것들

210605 어제부터 준비한 '오늘의 카레'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 '어제의 카레'.


"방금 만든 카레보다 하룻밤 재워둔 카레가 더 좋다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뭐 그렇긴 하지만." 만화 <심야식당>의 '어제의 카레' 편에 나오는 대사다. 나도 그렇다. 카레는 왠지 하루 묵힌 카레가 더 맛있다. 더 폭 익은 감자, 당근에 간이 더 깊게 배고 수프같은 걸쭉한 제형이 더 깊은 맛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집들이를 앞두고 전날 밤 카레를 만들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의 카레를 만든 셈이다. 시간을 두고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분주한 금요일밤이라니 은근히 설렜다. 더 정성스레 손님을 맞이하는 기분에 좀 뿌듯하기도 했다. 내일을 위한 오늘의 카레. 어제의 카레이지만, 숙성까지 꽤 오랜 시간을 들인 오늘의 카레를 대접했다.

떡볶이도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밥 대신 우동면을 곁들였다. 친구들이 맛있게 다 먹어줘서 뿌듯했다.


카레에 방울토마토를 몇알 더 썰어 넣어 끓이면 예쁘고 감칠맛도 더 산다. 문드러지기 전에 적당히 씹힐 정도로 익히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나름대로의 킥이다. 여기에 왠지 대접하고 싶은 손님이 올 때면 사두는 부라타치즈도 꺼냈다. 여름의 색과 맛과 향이라 할 수 있는 토마토를 곁들였다.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오일에 설탕과 허브솔트를 솔솔 뿌려 만든 소스와 함께. 바질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아쉬운대로 로즈메리를 살짝 올렸다.

한밤 잘 재운 카레를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기뻤다. "준비하느라 고생했겠다 정말 고마워." 친구들이 그 시간을 알아봐줘서 더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