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가 되기로 했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작정 달리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달리는 사람, 러너라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런데 문득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나도 러너가 될 수 있을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할 때면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해버리는 성향이 이번에도 일을 저질렀다. '제대로 달려보자' 마음 먹은 지 어느덧 한 달 좀 넘었나. 친구에게 추천받은 런데이(Runday) 어플을 켜고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도 그쯤 됐다. 런데이 어플의 도전 프로그램은 매 코스를 해내면 잘 정리한 구간별 기록과 함께 도장을 찍어준다. 꾸준히 조금씩 뭔가 해나가는 것도, 그걸 증명해주는 스탬프도 다 내 취향이었다. 도장 찍기(깨기), 배지 모으기 등 소소한 걸 차곡차곡 쌓는 걸 좋아하는 내게 달리고 나면 주어지는 스탬프는 매력적인 유인이었다. 그렇게 도장을 찍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런데이의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 중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은 입문자를 위한 것으로 8주간 한 주에 세 번씩 총 24번 달리도록 구성됐다. 보통 준비걷기-(달리기-걷기)의 반복-마무리 걷기로 진행되어서 몸을 서서히 달궜다가 식히는 과정 정 또한 코스 안에 포함돼있다. 매 코스가 잘 짜인 것과 더불어 런데이는 운동을 하는 동안 달리기에 대한 상식들, 이를 테면 자세, 체중 감량, 계절별 달리기, 부상에 대처하는 법 등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누군가가 함께 달려주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이 목소리 가이드는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날 잡아준다. 사실 어플을 꺼버리면 그만이지만 힘들어도 완주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는 목소리는 꽤나 힘이 세다.
처음엔 천천히 1분씩 달렸다면, 중간 기록기를 남기는 지금은 1분 30초, 2분, 2분 30초, 3분, 4분, 5분씩 서서히 늘려 쉬지 않고 7분을 달릴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도전하면서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까지는 없었는데 어느새 쉬지 않고 5km를 달리고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6주 차의 마지막, 7분 뛰고 3분 걷기를 세 번 반복한 코스를 마치고 나니 어플의 목소리가 흥겹게 말해준다. "이제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라고.

이제 남은 건 여섯 번의 달리기. 이전과는 다르게 바로 다음 코스는 쉬지 않고 한번에 무려 10분을 달려야 한다. 안 쉬고 10분을 달린다고? 울컥 겁부터 나지만 그래도 달려봐야겠다. 빠르지 않아도,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집중하면서 달리면 그만이니까 스탬프를 하나씩 모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렇게 호기롭게 말했지만 남은 2주 치의 달리기를 모두 잘 달릴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도 되든 안되든 우선 그냥 해볼 것이다. 잘 안되면 같은 코스를 한 번 더 달리면 될 테니까.
'일상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618 스트레스 해소용 오이샐러드 (0) | 2021.06.19 |
---|---|
210608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0) | 2021.06.09 |
210605 어제부터 준비한 '오늘의 카레' (0) | 2021.06.06 |
210528 선배가 되는 건 어렵다 (0) | 2021.05.29 |
210429 편집스터디 마치다 (0) | 202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