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매주 한 번씩 하던 편집 스터디가 끝났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오늘인 올해 4월 2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선배와 함께하던 스터디(라고 쓰고 수업이라 읽는다)가 마무리됐다. 지금껏 해온 내 지면의 레이아웃을 돌아보고, 한주 간의 결과물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을 새롭게 고쳐서 새 지면을 짜보기도 했다. 중간에 거른 주도 있긴 하지만 다섯 달 동안 총 열여섯 번의 수업을 했다.
"제목도 어려운데, 레이아웃은 더 모르겠어요."
신문 편집은 크게 제목과 레이아웃으로 구성된다. 기사의 핵심과 의미를 담아낸 제목과 이를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지면이 꾸려진다고 보면된다. 기사의 내용이나 의미를 짚어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겐 레이아웃이 더 막막했다. 뭔가 시각적 아이디어 하나로 풀어나가면 될 것 같은데,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려야 할지도 감이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시각적 아이디어'를 이용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그전까지는 해본 적이 없다. 채워야 할 지면이 부담스럽기만 했지. '레이아웃은 '감각'이 필요한데, 내겐 그게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건 아닐까'라며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감각 핑계를 댈 뿐이었다.
선배와 함께한 열여섯번의 스터디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태도'였다. 레이아웃은 막연히 어렵다, 내가 잘할 수 없다는 막연한 포기를 버리는 것만으로도 내 결과물들이 이전에 비해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강 약 중강 약을 살려서 지면의 균형과 리듬감을 살리고, 선과 색을 이용해 정리하는 법 등을 배웠다. 그리드를 이용해 시각적으로 편안한 구성을 하는 법도 듣고 보니 괜히 제작기에 그리드가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난 그 짧은 시간 일을 하면서 왜 내가하는 일에 더 진지하지 못하고, 생각 없이 일을 했던 걸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 실무적인 팁도 팁이지만 나보다 10년 앞서 같은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선배가 자신의 일에 진심인 태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매 순간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는 그 태도가 무엇보다 큰 자극이 됐다.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해서 배우고 싶어요"
좌절 속에서 툭 내뱉은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먼저 같이 공부해보겠냐며 제안해준 선배가 너무 고맙다. 나는 그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 후배가 흘리듯 내뱉은 진심을 챙겨 듣고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섬세함을 지닐 수 있을까. 노하우를 후배에게 잘 전달해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일을 잘 꿰뚫고 있을 수 있을까. 선배와의 스터디를 통해 좋은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좋은 선배가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됐다. 아직은 후배가 없지만, 언젠가 내게도 후배가 생긴다면 그때의 나도 섬세하고 다정한 선배이고 싶다.

"오늘로 졸업이야, 그렇지만 앞으로도 궁금한 건 물어보고."
선배는 신문 레이아웃에 관한 책을 선물해주면서 스터디를 마쳤다. 이렇게 끝날 줄 몰랐는데, 기약 없이 선배와 해오던 스터디가 끝난다는 게 시원섭섭하다. 일을 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 건 중요하다. 성장을 통해 일하는 존재로서의 내가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일하는 존재로서의 내가 흔들리는 순간 잡아주고 같이 걸어주는 동료가 있다는 데 감사하다. 좋은 결과물로 그 선의에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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