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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본 것들

210906 맛집의 옆집 (홍제역 압구정떡볶이)

홍제역 3번출구 근처에는 떡볶이집이 두 곳있다. 하나는 홍제역 떡볶이 노포 '불란집'이고 그 옆집의 옆집은 '압구정떡볶이'다. 이사를 하고 동네 떡볶이 맛집을 검색하다 유명한 불란집 떡볶이를 먼저 맛봤다. 달고 꾸덕한 부산스타일의 빨간맛이었다. 떡은 검지손가락 굵기의 밀떡이었는데 진한 빨간색에 점도가 있는 양념이 폭 배여서 자꾸 먹게되는 맛이었다.

퇴근길에 비가 와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하다 이번엔 아직 맛을 못 본 압구정떡볶이를 포장해왔다. 떡이 짧고 통통한 편인데 안에 구멍이 있어서 양념이 쏙 들어가 있다. 떡은 푹 퍼진 편이었고 어묵은 들어가지 않았다. 떡볶이 양념을 빨아들여 통통하게 불은 어묵을 좋아하는 편이라 좀 아쉬웠다. 양념은 다시다맛이 많이 나는 고춧가루 국물맛이었다. 찌개국물 같은 느낌이라 왠지 밥이 먹고 싶어졌다.

홍제역 압구정 떡볶이. 일인분에 삼천원.


양은 꽤 많아서 반 정도 먹다가 따로 덜어서 냉동실에 얼렸다. 평소에 줄이 꽤 있는 걸 보면 맛이 영 없진 않은 것 같은데, 내 취향은 불란집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불란집이 밖에서 사먹는 맛이라면 압구정 떡볶이는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는 것에 더 가까운 맛이다. 확실히 덜 달고 짭짤한 편이다.

그래도 다음에 또 가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오늘 처음 가봤지만 사장님의 응대가 과하지 않게 친절해서 좋았다. 인기 맛집으로 보이는 옆집에 갔을 때보다 편했다. 말 없이 카드를 주고 받는 게 아니라 서로 눈을 보면서 같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퇴근길을 좀 더 들뜨게 했다. 맛집의 옆집엔 덜 맛집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가게가 있기도 하다. 그 가게가 누군가에게는 맛집보다 더 정이 가는 집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