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길)
“정동길을 좋아합니다. 매일 걷는 출퇴근길이 정동길이면 좋겠습니다. 정동길의 사계절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입사 최종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나는 좋은 동료가 될 자신이 있다고, 인연이 닿으면 함께 일할 수 있지 않겠냐고 준비했던 하고 싶은 말을 이미 다 해버렸기 때문일까. 막바지에 긴장이 풀려서 아무말이나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 회사에서 7년째 일하는 지금, 그때 그 고백은 어쩌면 뜬금없는 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엔 무조건 출근해야 했던 내게 회사가 위치한 곳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일에 지치고 회사가 가기 싫은 때에도 그래도 아침에 좋아하는 곳으로 향한다는, 작은 위안이 됐다. 정동은 낯설고 소란한 대신 차분해서 좋다. 옛 건축물과 현대적 건축물이 서로의 미감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정동길 초입에 위치한 사옥에서 덕수궁까지는 대한제국 시기, 근대의 시간이 쌓여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이 동네를, 이 길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길의 곳곳을 거닐며 좋아하는 공간들을 발굴하고 때로는 동료에게 소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편하게 가던 쌀국숫집이 돈가스집으로 바뀌기도, 그 돈가스 가게엔 한 번도 들러보지 못했는데 또 카페로 바뀌기도 했다.
나는 정동이 좋다. 정동길이 좋다. 오래된 은행나무 가로수에 싹이 돋고 연둣빛에서 진초록, 노랑빛으로 물드는 걸로 체감하는 계절도 좋고, 걷기엔 질척이지만 눈이 쌓인 이 길의 고요한 정취도 마음에 든다. 단비가 내린 봄날, 더 진하게 물오른 초록은 이 봄의 정동길에서 놓치기 아까운 순간이다.
정동길 초입에 위치한 사옥에서 덕수궁까지는 대한제국 시기, 근대의 시간이 쌓여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이 동네를, 이 길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길의 곳곳을 거닐며 좋아하는 공간들을 발굴하고 때로는 동료에게 소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편하게 가던 쌀국숫집이 돈가스집으로 바뀌기도, 그 돈가스 가게엔 한 번도 들러보지 못했는데 또 카페로 바뀌기도 했다.
나는 정동이 좋다. 정동길이 좋다. 오래된 은행나무 가로수에 싹이 돋고 연둣빛에서 진초록, 노랑빛으로 물드는 걸로 체감하는 계절도 좋고, 걷기엔 질척이지만 눈이 쌓인 이 길의 고요한 정취도 마음에 든다. 단비가 내린 봄날, 더 진하게 물오른 초록은 이 봄의 정동길에서 놓치기 아까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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