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다 (형용사)
밭아/ 바트니
1. 시간이나 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천장이 밭다.
앉은 자리가 너무 밭다.
약속 날짜를 너무 밭게 잡았다.
2. 길이가 매우 짧다.
3.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적다.
미팅을 통해 만나는 한 권 한 권 모두 정성을 다해 마케팅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신간이, 꽤나 밭은 간격으로 쏟아져 나온다. 모든 책에 번번이 사활을 걸 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하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늘 아쉬움이 남는다.
(김수현, '리스트 만드는 마음', <서울리뷰오브북스8, 2022겨울>)
친구와의 대화 중 '바투'라는 부사를 듣고 생경했던 적이 있다. 눈으로 읽은 적은 있지만 귀로 들은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바투'라는 두 글자가 업무의 마감 기한이, 해야할 일들이 코앞에 닥쳐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줬다. 좋았다. 맞다. 이렇게 적확한 단어를 쓸 때 오는 기분 좋음이 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오늘은 '밭다'를 만났다.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 시간이나 길이가 아주 짧게.'라는 뜻의 바투와 비슷하게 밭다도 다닥다닥 가까이 붙어 있는 상태, 홈질로 촘촘하게 박은 바늘 땀이 생각나는 단어다. 촉박함과 다급함이 묻은 이 단어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필자의 마음을 나도 느낀 적이 있다.
밭게 닥쳐오는 일들을 쳐낼 때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마음 한 편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건 일에 그만큼 진심이기 때문이겠지. 계속 아쉬움을 품고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