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자락길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번째로 걸었던 건 일년 전 이맘 때였다. 첫 등산화를 사고, 큰 산에 가기 전 등산화를 내 발에 맞게 길들이려 안산 자락길을 걸었다. 독립문에서부터 조금 걸었을 뿐인데,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숲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메타세콰이어길이 특히 좋았다. 길게 뻗은 나무 위 초록 그늘이 기억에 남는다. 그땐 버스를 타고 독립문역까지 와서 걷기 시작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은 안산이 집에서도 쉽게 걸어갈 수 있는 동네 산이 됐다.

서대문구 주민이 되고 나서 찾은 안산 자락길 트래킹은 서대문구청에서 시작했다. 연북중학교와 서대문구의회 사이 오르막길을 오르면 자락길 초입이 나온다. 나무데크로 잘 정돈된 길을 걷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났던 땀에 바람이 스쳐 시원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잘 정비된 길이라 아이들이 오르기에도 적당해서 그런지 어린이들도 많이 보였다. (생각해보면 잘 정비되었든, 그렇지 않든 등산길엔 어른들과 함께 나온 어린이들이 늘 많다.) 돌부리가 가득한 길에서도 어린이들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씩씩하게 잘 오른다. 그 모습이 괜히 대견하다.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었다. 헬기 표시가 있는 꼭대기를 지나 봉수대에 오르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날이 맑아서 멀리 남산도, 롯데타워도 한 눈에 보였다. 돌 위에 앉아 아래를 구경하면 서울엔 빌딩, 아파트도 많지만 산도 꽤 많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된다. 높든 낮든 산을 따라 길이 났고 마을이 있다.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에 한참을 내려다보며 친구와 고구마도 나눠 먹고 수다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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