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람-없다 [ 무라멉따 ] (형용사)
무람없어/ 무람없으니/ 무람없고/ 무람없는/ 무람없지
1.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다.
제 행동이 다소 버릇없고 무람없더라도 용서하십시오.
구민식은 여느 때 자기 앞에서 거의 의식적으로 무람없는 짓을 함부로 해 보이곤 하는 정짝귀의 부은 입 모습을 건너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출처 <<한승원, 해일>>

인스타 스토리를 넘기다가 유심히 읽은 글. 에디터이자 소설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표현이 생생하고 재미있다.
" 'Against Borders'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장르에도 경계가 없어 세비체와 치킨윙, 떡볶이와 살치살 스테이크가 무람없이 한 식탁에 오르고, 부라타 치즈처럼 흔한 아이템에는 홍시 소스 같은 유쾌한 '킥'이 더해진다." 이 문장에서 '무람없이'라는 표현이 번뜩였다. 무람없이.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게. 사전의 뜻을 보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데 문장 속에선 친근하게 다가온다.
단어 수집은 어렸을 적 취미다. 무언가를 읽다가 낯선 단어나 개념을 마주하면 수첩에 적고 사전에서 뜻을 찾아 적어두고는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냥 재밌어서 그러고 놀곤 했다. 아마 그때도 막연히 알았던 게 아닐까. 그 단어들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없다는 것을. 적어두면 외우지 않아도 든든했다. 한동안 놓았던 취미를 다시 잡는다. 이번엔 그냥 재밌어서라기보다 일상 속 번뜩이는 영감을 놓치지 않고 싶어서 끼적인다. 이런 마음을 품고 글을 쓰다 책을 펼쳤는데 우연히 이런 글을 마주했다.
"사람은 자기가 언어로 알고 있는 것만큼만 표현하고 생각하게 되어 있다네.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 그냥 그림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 희미한 표현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야."
(백혜선,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 p.119, 다산북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