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를 얻어왔다. 친구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체 어떻길래 궁금해서 데려왔다. 상자째로 맡아본 향은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 봉지에 넣은 채로 맡았을 땐 달큰한 모기향 같은 향이 났다. 꺼내서 인센스 스틱에 코를 댔더니 약간의 상큼한 향이 코를 탁 치는 걸로 시작해서 인공적인 달콤한 향으로 끝났다.
친구의 '별로였다'는 평을 들어서 그런가 불을 붙이기가 약간 겁났다. 엄청나게 센 인공적인 향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연기를 흘리는 인센스 스틱에선 비에 젖어 눅진눅진해진 라면박스에서 풍길 것 같은 축축한 단내가 났다. 물먹은 골판지에서 날법한 들큰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습기를 머금은 달콤한 향인데 은은한듯 결국엔 은근하게 세서 나한테는 좀 어려운 향이었다.

타고 남은 재가 흰색인데 아마 저 흰색부분이 스위트 바닐라 향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다. 재의 흔적 마저도 축축해보인다. 호기심으로 한 번 피워볼만했지만 재구매 의사는 그닥. 남은 인센스 스틱은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시향용으로 나눠줘야겠다. 취향에 맞는 친구가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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