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비한 것들/들인 것들

210603 왠지 축축한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

친구에게 얻은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를 얻어왔다. 친구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체 어떻길래 궁금해서 데려왔다. 상자째로 맡아본 향은 생각보다 세지 않았다. 봉지에 넣은 채로 맡았을 땐 달큰한 모기향 같은 향이 났다. 꺼내서 인센스 스틱에 코를 댔더니 약간의 상큼한 향이 코를 탁 치는 걸로 시작해서 인공적인 달콤한 향으로 끝났다.

친구의 '별로였다'는 평을 들어서 그런가 불을 붙이기가 약간 겁났다. 엄청나게 센 인공적인 향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을까. 연기를 흘리는 인센스 스틱에선 비에 젖어 눅진눅진해진 라면박스에서 풍길 것 같은 축축한 단내가 났다. 물먹은 골판지에서 날법한 들큰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습기를 머금은 달콤한 향인데 은은한듯 결국엔 은근하게 세서 나한테는 좀 어려운 향이었다.

나그참파 스위트 바닐라는 하얀 재 모양으로 탄다.

타고 남은 재가 흰색인데 아마 저 흰색부분이 스위트 바닐라 향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다. 재의 흔적 마저도 축축해보인다. 호기심으로 한 번 피워볼만했지만 재구매 의사는 그닥. 남은 인센스 스틱은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시향용으로 나눠줘야겠다. 취향에 맞는 친구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