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일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에서 아이폰6s(64기가 로즈골드)를 구매했다. 그때도 6s는 나온지 좀 지난 모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덕분에 당시 쓰던 lg 뷰3(4:3의 특이한 비율의 화면이 인상적이었다)의 액정이 깨져 새 휴대폰을 사는 김에 아이폰을 들일 수 있었다.
모토로라 모토글램(둥글한 조약돌 디자인이 귀여웠지만, 쓰다보면 발열이 심해지는 게 좀 무서웠다)으로 시작해 구글 넥서스(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이라는 왠지 모를 자부심이 들었다), htc 센세이션(닥터드레 이어폰이 번들로 제공됐고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해외봉사를 하는 중에 잃어버렸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lg 뷰3. 이렇게 안드로이드의 세계에 있던 내게 아이폰, 애플 ios는 멋있지만 잘 모르겠는, 궁금하긴한데 또 막상 가까이 하기엔 어려운 그런 존재였다. 그렇지만 하나는 너무 확실했다. 예쁘다는 것.

그래서 샀다. 예뻐서. 막상 써보니 예쁘니까 좋더라.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내 몸과 가장 가까이 오래 있는 물건이 보기에 좋다는 건 알게 모르게 상당한 만족감을 줬다. 또 마음에 드는 케이스가 많이 나와 액세서리를 고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좋았다. 결국 기본 투명 케이스를 쓰다 디자인 고무케이스 하나를 산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스마트폰의 마이너리티에 있다가 메이저에 발을 들인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내게 '다음에 스마트폰을 뭘로 바꾸지?'라는 질문은 '아이폰 몇 시리즈로 바꾸지?'와 같은 말이 됐다.
그렇지만 좀처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아이폰 시리즈는 없었다. 애플은 꾸준히 새 모델들을 냈는데 나올 때마다 좀 걸리는 부분들이 하나씩 있었다. 이른바 '대머리 액정'이라는 치욕의 별명이 붙었던 노치부터,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지문을 인식하는 홈버튼이 사라진 것까지. 이런 단점 없이 단정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에 별도 이어폰 단자가 있고 지문 인식 홈버튼이 있는 6s는 내게 너무나 충분했다. 단 하나 추워지면 배터리 잔량과 상관 없이 툭 하고 꺼져버리는 배터리만 빼면 말이다. 그래서 배터리를 새 걸로 교체하며 마음에 드는 새 모델이 나오기까지 6s가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그렇지만 인간의 노화를 막을 수 없듯 기계의 노후화도 막을 수 없더라.
6s는 애플 배터리 교체 가격이 오르기 전에 배터리를 한 번 갈아주었는데도 어느새 배터리 성능 최대치가 77%로 떨어져 충전기를 빼기 무섭게 배터리가 닳았다. 달리기를 하러 나설 때면 혹시나 도중에 꺼질까 다시 충전하고, 액정 화면의 밝기를 최대치로 내려야했다. 그럼에도 새 스마트폰으로 바꾸기를 주저했던 건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정 때문이었다. 새 것의 태가 나지 않아도 손때가 묻어 적당히 반질반질한 게 편안하고 부담 없어서 새 걸로 바꾸는 게 괜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메모리도 가득 차서 느리고 그래서 답답한데도 이만하면 쓸만하지하고 자꾸 필요를 인정하게 되는 그 마음은 정 때문이라고밖에 말 할 수 없지 않을까. 폴더폰을 쓸 때도 문자를 많이 보내 반들반들해진 키패드의 질감을 좋아했는데, 그런 성향이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6s를 들이고 그로부터 5년 1개월하고도 15일이 지났다. 그리고 내겐 새 아이폰이 생겼다. 아이폰12 128기가 그린 색상이다. 보통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2년이라고 할 때, 2.5번의 교체주기를 무사히 넘겨준 정든 6s를 기리며. 굿바이 6s, 헬로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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