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4 [영화/씨네큐브] 아름다움을 좇는 건 아름다워 <크레센도>
올해의 큰 변화 중 하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다.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막연히 아름다움 속에 있는 기분이 좋다고 밖에.
사라져 버릴, 잡을 수 없는 순간 속에 있다는 경험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다. 이건 거의 모든 공연에 다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클래식 공연을 볼 때는 휘발성이 주는 감동이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진다. 이 공간에서 이런 프로그램, 이런 해석은 딱 한 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른 공연들도 첫날과 마지막날이 다른데, 왜 클래식 공연은 더 단 한 번이라는 생각이 크게 드는 걸까. 아마 고요한 객석의 숨소리마저 들을 정도로 집중해서 듣기 때문이 아닐까.
정전( 正典, Canon)이 다르게 해석되는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 모르던 세계에 눈을 떠가는 기분도 좋다. 쓰다보니 알겠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배우고 있다. 아직 클래식 음악의 체계(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내게 클래식은 가사와 멜로디를 음미할 수 있는 대중음악에 비해 더 불가해하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어떤 형식인지도 잘 구별하지 못하지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신비롭다. 이를테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3악장의 멜로디를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나는 건 그냥 마음이 찡하면서 그렇게 된다고 할 수밖에.

그러던 중, 2022 반클라이번 콩쿠르를 담은 영화 <크레센도>를 봤다. 네 명의 파이널리스트가 정해질 때까지 참가자들은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고, 그 각각의 세계의 아름다움을 좇는다. 모두 제각각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그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이들이 남고, 결국 "윤찬" 우승자의 이름이 불린다. 영화는 미국적이다. 고로 보는 동안 절정을 향해가면서 뻐렁치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영화는 반클라이번 콩쿠르를 보여주는데 지루하지 않다. 성공신화를 풀어내는 미국식 문법은 묘하게 사람을 두근거리게 한다.
<크레센도> 개봉판에선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버전보다 우승자 임윤찬의 인터뷰가 더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윤찬의 팬이라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도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움을 좇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나도 아름답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