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8 [사케/밋업] 사케요정이 알려주는 '일본에서 사케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
얼마 전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일주일간의 여행 동안 홍콩/마카오 유심을 쓰다 한국에 돌아와서 유심을 바꿔 꼈는데, 문제가 생겼다. 두둥. [SIM 없음] 유심을 꽂았는데, 유심이 없습니다?!
전화가 먹통이 되자 일상이 (살짝) 마비됐다. 전화/문자를 평소에 그렇게 많이 쓰지도 않았지만, 안 되니까 혹시 무슨 급한 연락이 오지는 않(았)을까 불안했다. 새 유심을 사다 끼우고 월요일 아침 통신사 고객센터가 열기를 기다렸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유심 정보를 바꾸자 생각보다 간단하고 빠르게 문제가 해결됐다. 혹여나 유심을 인식하는 메인보드가 망가졌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유심 문제였다. 해외여행을 가서 유심을 바꿔 끼울 때 유심이 망가지지 않게 주의해야겠다는 팁을 얻었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문자 두 통. 홍콩 여행을 떠나기 전 무척이나 기대하며 신청했던 트로핏의 밋업 당첨 문자와 리마인드 문자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참석 회신 기한이 이미 지나버린 걸 확인하고 급 시무룩해졌다. 보통 때였다면 그냥 포기했을 텐데,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커서 혹시 급하게 생긴 취소 자리가 있다면 대기를 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에잇, 밑져야 본전이지'하고 말이다. 그리고 돌아온 답장은 남은 자리가 있어서 신청한 대로 동반인과 함께 참석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자리가 남아 있다는 답변을 들어서 기뻤고, 빠른 고객센터 메일 답변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트로핏의 밋업 <일본에서 사케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 with 사케요정 of 이쁜꽃>.
준영이 시작 시간을 7시로 착각해서 삼십 분이나 이르게 일등으로 도착했는데, 준비하는 분들께는 조금 죄송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잘 꾸며진 공간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어떤 밋업일까 설렘이 더 커지기도 했고.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신경 쓴 게 느껴지는 행사였다. 웰컴 선물과 간식이 너무 알차서 무료 밋업에 이렇게 황송한 대우를?이라고 생각할 즈음 이과장님이 도착했다. 책 <이과장의 퇴근주>의 그 이과장님! 이쁜꽃에 예약한 준영이 생일 선물주를 픽업하면서 뵙기도 했고, 인스타도 팔로우하고 있어서인지 내적친밀감에 반가웠다.
밋업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겨울 교토와 오사카에서 밑도 끝도 없이 “지자케 오스스메 구다사이!”(지역 사케 추천해 주세요!)를 외쳐대며 사케를 와구와구 맛봤던 여행의 추억 덕분이다. 다양한 맛을 혀로 느꼈더니 사케를 더 알고 싶어졌다. 좋아하면 더 알고 싶고, 알게 되면 더 좋아지는 법이다. 아무튼 이번 밋업은 ‘일본 여행과 사케’라는 테마를 선실습 후이론 다지기 느낌으로 신청한 셈인데, 사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꽤 충족되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사케는 밥이다.”로 시작해 사케와 니혼슈라는 명칭에 대한 정의, 와인과 맥주와 사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재밌어서 열심히 필기하면서 들었다. 준마이긴죠, 토쿠베츠준마이긴죠, 다이긴죠... 들을 때마다 아하! 했다가 금방 까먹어버리는 그런 개념들도 한 번 짚어보고 ‘긴죠향’에 대해 배운 것도 기억에 남는다.
*긴죠향: 쌀로 빚은 술에서 나는 과실이나 꽃과 같은 화려한 향기.
보통 사케를 마실 때 이 사케가 어느 지역의 것인지 주목하는데, 지역이나 쌀의 품종을 따지기보다 이 사케가 키모토(쌀 으깸)인지, 야마하이(쌀을 안 으깸, 참고로 노구치 토우지는 야마하이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인지 같이 주조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사케를 즐겁게 마시는 법이라는 팁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케를 직접 맛보는 시간!!! 지난 여행에서 맛있게 마신 ‘치에비진’의 뒤집은 라벨인 우라시에비진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실험적으로 만들어지는 우라시에비진은 해마다 다른 맛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준비해 주신 사케를 홀짝홀짝 마셔보면서 맛을 느끼고 떠드는 기분이 연말파티 같기도 했다. 덕분에 적당히 흥이 오른 채로 집에 돌아왔다.
다음 일본 (사케) 여행으로 어딜 갈지 힌트도 얻었다. 양조장을 료칸으로 만든 나가노현 나라이에 갈까. 아니면 경수(미네랄이 많은 물)를 써서 선이 굵은 ‘나다’의 효고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술인 ‘후시미’의 교토를 동시에 가볼까. 또 아니면 힘 있고 바디감 있는 클래식한 사케를 맛보러 아키타에 가볼까.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