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것들/츤도쿠의 책 나눔

230815 혹시 책 선물 좋아하세요? (츤도쿠의 책 나눔 시작)

더띵 2023. 9. 18. 14:54

책 사는 걸 좋아한다. 책을 사는 건 다른 구매 행위보다 죄책감이 덜 들고, 꽤 뿌듯하다. 소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지적 허영도 채워준다. 그런데 이게 너무 사다 보니까,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걸 넘어 책들이 조금 버겁게 느껴졌다. 특히나 전셋집을 전전하는 내게 공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책은 때때로 짐과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다가올 이사를 앞두고 츤도쿠의 책 나눔을 시작했다. 낯선대학 뉴스레터에 이런 편지를 실으면서.

저는 츤도쿠입니다. 츤도쿠(積ん読)는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 두고 결코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인데요. ‘읽다’라는 뜻의 일본어 ‘도쿠(読)’와 ‘쌓다’란 의미의 ‘츠무(積む)’에서 파생된 ‘츤(積)’이 합쳐져 ‘읽을거리를 쌓아 둔다’는 의미가 됐습니다. 츤도쿠란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그렇습니다.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니는 처지에 걸맞지 않게 매우 과분한 양의 책들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 키보다 더 큰 4X3 책꽂이는 두 겹씩 쌓인 책들로 가득하고, 그 틈새에는 또 책이 얹어져 있거든요.(그런데 이런 책꽂이가 하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책들이 짐스럽기만 하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책을 사서 두는 것만으로도, 책등의 제목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제 책꽂이를 좀 가볍게 해보려합니다. 비워야 또 채울 수 있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는 이사 날짜가 다가오고 있기도 해서요. 저는 원래 책 선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요. 상대를 생각하면서 그와 어울릴 책을 고르고, 건네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책을 찾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낯대 멤버들에게도 책을 선물해보려고 하는데...

혹시 책 선물 받는 것 좋아하세요? 

>>> 책 선물을 받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평소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기분인지 책을 추천받고 싶은 이유나 혹 이유가 없다면 그냥 아무말이라도! 간단히 적어 제게 개인 카톡을 보내주세요! 그 힌트를 바탕으로 책 보따리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택배비만 부담해 주시면, 다정한 책 선물로 보답하고 싶어요. 

- 어느 츤도쿠 드림

 

이건 지금 살던 집으로 이사오기 전 책꽂이인데, 지금은 책이 이것보다 두 배정도 늘었다. 저때도 책이 두 겹으로 겹쳐있었는데...

 
그리고 책을 나누기 시작했다. 받는 상대를 떠올리면서 책을 고르는 일은 재밌다. 책으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