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7 어린이에게 빨간책을! (성냥팔이소녀의 반격)
제목부터 성냥팔이소녀의 '반격'이다. 붉은색의 성냥과 불꽃과 빨간 머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책은 빨간책이다. 붉은색이 주요 이미지로 쓰여서이기도 하지만, 내용도 '빨갛다'. "분노가 인간다움을 되살린 것 같았어."(p.161) 분노와 인간다움을 연결하고, 파업을 말한다. 함께 연대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그렇다고 마냥 희망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불꽃이 피어오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스러졌고, 세상은 선의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더디게 나아진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동화가 보여주는 건 어떤 세상에 대한 지향(점)이다. 그래서 핑크빛 결말 뿐아니라 때로는 잿빛, 무지갯빛 등 다양한 시선으로 펼쳐낸 세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가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에서 가려지고 잊힌 가치라면, 알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가치라면 더 특별하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런 동화에는 미래에 대한 인류의 희망이 녹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이면 마법처럼 특별하고 감동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것 말이야."(p.176) .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실패의 사례도 꽤 목격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믿고 있는, 계속 믿고 싶은 가치들.
<성냥팔이소녀의 반격>은 파업을 가르친다. 그리고 교육받을 권리, 아프지 않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불평등한 양극화의 문제 등을 다룬다. 성냥 3개를 활용한 환상 모험 서사에 1887년 영국 노동현장의 현실을 버무려 새로운 '성냥팔이소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처음 브리디의 동생 퍼갈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됐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남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철든 누나' 서사(동서고금을 막론한 장녀 희생 서사..!)가 재현된다면 이건 이 책의 흠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엔 브리디도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또 결국 이 모든 사건을 전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브리디로 남는다는 점에서 내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어."(p.184) 이런 문장은 뭉클하다. 과거로의 역행이 너무 흔해진 이 세상에서는 더욱더. 이 책은 우리 삶이 왜 이토록 힘든가 라는 질문에 세상의 돈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물론 이것만이 팍팍한 삶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그 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너도나도 돈을 더 많이, 쉽게 벌고 싶은 세상에서 돈을 추구하는 열망 뒤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책은 소중하다.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은 실화로서의 브리디 스위니 이야기다. 어떻게 1887년 당시 영국 국민들은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근무환경과 생활환경에 공분할 수 있었을까. 왜 요즘엔 이게 어려울까. 파업에 대한 대중의 열렬한 응원은 이상일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