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7 달콤하고 확실한 행복, 망원동 키오스크(KIOSQUE)
📍망원동 키오스크(KIOSQUE)

10여 년 전 대학생 때 교지 친구들과 참 많이 돌아다녔다. 왕십리 밖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 좋아하던 우리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강남의 세련됨에 왠지 기가 죽고 북적이는 활기에 지레 피곤해하던 우리는 강북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서촌은 우리가 자주가던 동네들 중 하나였다.
어느 날 배화여대 근처에 맛있는 프렌치토스트가 있다며 한 친구가 이끌었다. 외관은 철판으로 만들어진 작은 큐브 상자 같았다. 어둡고 좁은 실내가 마치 동굴 같았다. ‘프렌치토스트가 맛있어봐야...’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도 맛에 엄청난 기대를 품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한입 먹기 전에 눈으로 보고, 또 한입 잘라 입에 넣고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유럽의 맛이잖아...! (아마 그때까지 나는 유럽에 가본 적이 없었다.)
작고 어두운 공간을 채우던 따뜻한 주황색 조명만큼이나 마음을 녹여주는 맛이었다.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맛. 프렌치토스트의 겉은 설탕이 녹아 바짝하고 속은 촉촉하고 따끈한데 그 위에 올린 바닐라아이스크림은 차갑고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바나나를 평소에 좋아하지 않지만 빵과 아이스크림 사이에 얇게 썰린 바나나도 너무 맛있었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냉온의 조화로운 맛. 바삭하고 촉촉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 이건 그냥 행복해지는 맛이네 생각했다.
그리고 즉각적이고 확실한 행복을 찾고 싶을 때 키오스크를 가끔 찾았다. 그 후로 키오스크는 서촌에서 좀 더 서울의 서쪽으로 좀 더 외곽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때마다 부지런히 찾아가진 않았지만, 키오스크의 현재 위치를 꾸준히 팔로우업했었다. 보물 같은 곳이니까.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망원동 어쩌다가게 2층에 자리한 키오스크를 찾았다. 맛도, 벽 한쪽을 채운 메뉴 타이포그래피도, 낡고 작은 아이패드 메뉴판까지도 그대로였다. 뭔가 안심되는 느낌.
“정말 맛있다.” 이곳의 프렌치토스트를 처음 맛본 친구가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며 동그래진 눈으로 감탄했다. ‘나도 처음에 그랬어’ 나의 처음을 떠올리며 뿌듯했다. 좋아했던 가게가 자리를 몇 번 옮기면서도 그대로 좋은 곳이어서 너무 감사했다. 이젠 자주 찾아야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또 데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