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본 것들

210729 동료, 점심을 먹으며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

더띵 2021. 8. 2. 14:15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니, 건강식 먹을래?” “좋아!” 고른 메뉴는 회사 근처 카페의 그린커리.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대화가 자연스럽게 운동으로 흘러갔다. “피티는 어때?” “달리기는?” 요즘 하는 운동으로 시작하는 대화라니. 그것도 평소에 같이 밥을 먹으면 열에 여덟 번은 떡볶이를 먹으며 얼음 컵에 탄산을 곁들이던 두 사람이 건강식을 먹으며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생경할 법하지만 어색한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다. 뭐지? 이 낯선데 편한 기분은.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만에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어서 그런가. 그간 우리는 꽤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려 노력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요즘 하는 운동에 대해 질문한다. 성인이 되고 ‘내가 하는 운동’이 대화의 자연스러운 소재가 된 적이 있었나. 더구나 살 빼기,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말고 그냥 운동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해본 기억이 드물다. 그런데 어느새 운동하는 일상을 즐겁게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요새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는지, 그 운동은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이건 달리기의 효과다. 3월 중순부터 달리기 시작했으니까 넉 달 하고 보름 정도를 달리면서 운동이 일상이 됐다. 5분, 10분 쉬지 않고 달리는 시간이 50분까지 늘어나는 동안 나는 어느새 ‘운동하는 사람’이 됐다. 또 평소 하던 요가와 다르게 숨이 차오르고 땀을 흠뻑 흘리는 재미를 알아버린 나는 그 전의 나와 확실하게 달라졌다. (물론 아쉬탕가 요가를 하고 나면 숨이 가빠오고 땀이 주르르 흐른다. 요가도 절대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 땀 흘리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이후, 먹는 걸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졌다.

회사 근처 La green의 그린 커리. 제철인 애호박, 가지, 방울토마토가 들어갔다. 수박주스까지 같이 먹었더니 태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태국식 식사를 한 기분.


‘윙’ 진동벨이 울리고 제철 가지와 토마토 양파가 들어간 그린커리가 나왔다. 곁들인 수박 주스부터 시원하게 쭉 들이켰다. “태국에 가본 적 없지만 이건 정말 태국 맛이야.” “여기에 단백질은 없겠지? 회사 다니면서 식사로 단백질을 채우는 건 너무 어려워.” 이젠 밥을 먹으면서 맛뿐 아니라 단백질의 유무 같은 영양도 생각한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이었다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 또한 신기하고 재밌다. 근육을 만들거나 유지하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중요해졌다. ‘꾸준히 운동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 당연한 말도 예전과 다르게 되새기게 된다.

삼십 대가 된다고 해서 그 순간 땡! 하고 체력이 눈에 띄게 주는 건 아닐 텐데, 서른 줄에 접어든 내 주변 동년배들은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혀를 즐겁게 하는 음식만큼이나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먹으려 노력한다. 나름의 이유로 건강한 삶을 챙기는 친구들이 늘어나서 좋다. “오늘은 늦어도 한 시에 잘래” “나도, 15분 전에 카톡 할게.” 점심을 먹으며 운동을 말하다 이야기의 소재가 수면시간까지 왔다. 더는 늦게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헤엄치지 말자고, 일찍(?) 잘 것을 서로 다짐했다.

[난 십오분 뒤에 잘 거야. 너에겐 한 시간 십오분이 남았지. 오늘도 고생했어. 안녕!] 오후 11시 45분. 그날 밤 동기에게 카톡을 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새벽 6시 20분에 절로 눈이 떠졌다. 아침에 달릴까 말까 고민하는데 [OOO님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달리기 앱에서 다른 친구의 운동 시작을 알렸다. ‘응원’ 버튼을 눌러 친구에게 랜선 박수를 보내고 나도 러닝화 끈을 묶었다. 찌뿌드드한 몸을 풀고 천천히 바닥을 두드리며 건강한 친구들 사이에서 6.34km를 달렸다. 서로 응원하는 삶 , 정말 짜릿해!

회사 근처 샐러드집에서 혼밥을 하면서 시킨 닭가슴살 샐러드. 색만 봐도 알록달록 신선하고 건강하다. 양껏 먹어도 왠지 오후 네다섯시가 되면 배가 고파진다. 그것 빼고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