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26 나그참파 향을 들이다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이사를 하면, 방을 다 치우면 인센스 스틱을 놓아야지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정리하고 나서 향기도 내 마음에 맞게 꾸려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포부가 너무 컸는지 인센스 스틱을 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어제 두 번째 월세를 보냈으니 이사를 한지 꼬박 한 달이 지나서야 그 계획을 이룬 셈이다. 여전히 집은 마음에 쏙 들게 치워지지 않았지만, 차차 정리하기로 하고 향을 들이기로 했다.
나그참파 인센스 스틱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나그참파. 참파꽃과 백단향을 배합해 만든 향이다.
참파꽃? 백단향? 참파꽃은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꽃인데, 하와이하면 생각나는 꽃 플루메리아(흰색의 넓고 큰 꽃잎 다섯장이 인상적인, 안쪽엔 노란 빛이 도는 꽃)가 그것이다. 달콤한 향이 나서 입욕제로 쓰이고 한다고 한다. 백단향은 정신을 맑게한다는 나무인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나그참파는 절에서 맡아본듯한 향 냄새와 비슷하다. 요가원에서 흔히 나는 향이기도 하고. 내가 나그참파를 처음 접한 곳도 요가원이었다. 달이 크게 뜬 봄날 저녁이었던 것 같은데 활짝 열어둔 창문을 통과한 바람에 섞여 퍼지던 나그참파향이 낯선데 편안했다. 왠지 정신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게하는 묘한 향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내 공간을 (잘) 꾸리게 되면 두고 싶은 것들 중에 하나였는데 드디어 들였다.
나뭇잎 모양의 홀더 그 위의 달팽이 그리고 나그참파. 번쩍번쩍 하지 않아 더 마음에 드는 빛 바랜 구릿빛의 인센스 홀더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나뭇잎의 잎맥까지 살아있는 질감도 좋고 느릿느릿해도 제 갈길을 갈 것 같은 달팽이를 얹을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시향. 나그참파를 처음 접했던 그 때처럼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늦은 저녁 빛을 느낄 수 있도록 조명도 최대한 줄이고 나그참파에 불을 붙였다. 바람에 연기가 흔들렸고 익숙한 향이 훅 하고 퍼졌다.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까지 꼬박꼬박 다니던 요가원에서 맡던 그 향을 오랜만에 맡으니 요가를 하고 싶어졌다. 나그참파는 요가를 부르는 향인 것 같기도 하다.
봄밤의 바람을 느끼며 향을 맡으며 삼십분간 빈야사 요가를 따라했다. 그동안 인센스 스틱은 부지런히 제 몸을 태웠다. 요가가 끝날 때까지 계속. 오랜만의 요가라 그런지 동작도 완벽하게 되지 않고 삐그덕 댔지만 지금 요가를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아서 끝까지 시퀀스를 따라갔다. 사바아사나. 나마스테. 흐른 시간만큼 느리지만 꾸준히 제 갈길을 갈 것 같은 달팽이의 비뚤빼뚤 흔적이 남았다. 그래 끝까지 갔구나.
블로그를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드디어 썼다. 나도 저 달팽이처럼 툭 툭 끊어지는 걸음이라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