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가방에 챙겨 다니던 화장품(토너와 헤어트리트먼트)을 다 썼다. 싹 비워진 통을 보니 후련했다. 바닥을 깔끔하게 보인 공병 덕에 기분이 산뜻했다.
튜브 형태 화장품은 통에서 내용물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여러모로 번거롭다. 사용하면서는 마지막에 물을 넣어 헹궈 써야 하고, 다 쓰고 나서는 통을 반 잘라 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용한 제품은 내용물이 내벽에 달라붙지 않아 끝까지 야무지게 쓸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내용물이 깔끔하게 잘 나와 따로 헹굴 필요도 없었다. 빛이 투과하는 반투명 재질이라 남은 양을 확인하기도 쉬웠다.
트리트먼트의 두피를 시원하게 하는 사용감도 만족스러웠지만, 제품을 사용하고 버릴 때의 마무리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다 쓰고 났을 때 좋은 구매를 한 것 같은 만족감을 줬다. 토너도 그랬다. 토너는 투명 페트병에 수분리용 접착 라벨만 붙어있어 라벨을 떼기 수월했다. 분리수거에 앞서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분리수거가 환경 보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어차피 버릴 수밖에 없는 쓰레기에 재활용 고민이 들어간 제품을 보면 흐뭇하다. 분리수거 친화적인 디자인은 소비로 인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준다. 소비할 수록 지구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느끼는 요즘, 소비 이후를 생각하는 디자인에 호감이 간다. 어쩌면 제품 퀄리티만큼 중요한 게 제품 디자인인지도 모른다.
분리수거 친화적인 디자인에 대해서 짧은 글을 올렸더니, 댓글로 이달 말까지 록시땅에서 공병 수거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자사제품만을 받지만, 1월에는 타 브랜드 공병을 가져가도 샘플과 교환을 해준다고 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매장에 가서 교환하고, 평소 써보고 싶었던 바디워시 등을 받아왔다. 샘플 제공, 회원 가입을 통한 타깃 분석 같은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소비 이후를 고민하는 브랜드에는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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